[논평]

노동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비판

- 또 다른 저임금 체계로 전환, 임금차별에 의한 노동강도‧노동지배 강화, 통상임금 범위 축소 등 -

 

 

 

□ 젊어서는 연공급 저임금, 늙어서는 직무․성과급 저임금

 

오늘 발표한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변경을 기도하고 있다. 이는 결국 젊은 저근속 노동자가 많은 시대의 ‘저임금체계’인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중고령 장기근속 노동자가 늘어난 시대의 ‘저임금체계’인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변경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저임금체계’에서 또다른 ‘저임금체계’로의 변경인 것이며, 정치적으로는 자본에게만 유리한 임금체계로의 변경을 시도한 것이다.

 

노동부는 지금까지의 임금체계를 연공급이라 진단한다. 연공급에서는 근속이 낮을 때는 낮은 임금을 받다가 근속이 높아지면 임금도 높아지는 임금체계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오래 근무하면서 기업에 충성을 다하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며 낮은 임금을 주며 젊은 노동자들을 유인해왔다. 그래서, 젊은 시절 충성을 다한 노동자들이 장기근속을 하고 안정적인 높은 임금을 받게 되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장기근속 노동자가 늘어나면 기업들은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강제해왔다.

 

결국 근속이 낮은 노동자들의 숫자는 많고 근속이 높은 노동자들의 숫자는 아주 적은 시기에 유지되었던 연공급 임금체계는 기업의 임금부담을 낮게 유지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즉 지금까지 연공급적 임금체계는 근속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 가장 유리한 체계였기 때문에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연공급의 생활보장적 생애임금은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다.

 

 

 

□ 강화되는 임금차별과 노동지배, 은폐된 정리해고까지

 

이제 정부와 자본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는 “기본급의 연공에 의한 자동 상승분을 줄여나가고, 수당 및 상여금을 기본급에 연동하여 지급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한다. “기존의 연공급(호봉제)을 유지할 경우 개인의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호봉을 승급하거나, 정기승급을 최소화하여 연공성을 완화”하고, 연공급 대신 기업의 여건에 따라 직능급 또는 직무급을 새롭게 도입하여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직능급을 도입하여 운영할 경우, 업무의 난이도 및 자격에 따라 임금등급을 결정하고, 능력을 평가하여 임금 등급을 부여합니다. 직무급을 도입하여 운영할 경우 직무분석 및 평가를 통해 임금등급을 결정합니다.”라고 노동부는 설명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순전히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즉 자동적인 호봉상승이 적어지거나 없어지며, 승진도 연공적 승진이 없어지고 회사의 자의적인 성과측정에 의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며, 노조의 단체협상이 투쟁을 통한 임금상승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무전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경력을 가진 노동자들 사이에도 임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경력이 낮은 노동자들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 높은 경력의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임금체계에서는 승진질서가 없어져 경력이 낮은 직원들이 높은 직원들의 승진을 앞지르기도 할 것이다. 이럴 경우 경력이 낮은 노동자의 밑에서 관리를 받는 경력이 높은 노동자들은 유‧무형의 퇴직압력을 받게 되고 심할 경우 스스로(?) 퇴직하게 된다. (은폐된 정리해고).

 

 

□ 상여금의 정기성과 고정성 없애 통상임금 축소, 노동강도도 강화

 

노동부의 ‘임금체게 매뉴얼’은 “상여금은 성과와 연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과도한 연공급에 기반을 둔 고정급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된 변동급적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임이 확정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즉 상여금의 성격을 부정기적이고 비고정적으로 만들어 아예 통상임금에서 빼버리겠다는 것이다.

 

또 한편 이 변동 상여가 성과평가에 기초하는 한 크게는 회사 단위에서, 작게는 부서 간, 심하면 개인 간 경쟁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성과에 비춰본 임금은 저하할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과경쟁을 빌미로 높아지는 성과에 비해 임금은 상대적으로 하향평준화 될 것이며, 임금차별도 격심해 질 것이다.

 

‘임금체계 매뉴얼’은 생산직에서 초임과 장기근속자의 임금격차가 한국이 비교대상의 나라보다 월등히 크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임금체계에서 원청·장기근속 정규직과 하청·단기근속 비정규직간 격차확대가 유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초임을 높이거나 하청․단기근속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면 해결되는 문제다. 왜냐면 삶의 질의 개선을 위해서는 임금을 상향평준화시키는 것이 임금격차 해소의 올바른 방향일뿐만 아니라, 비교대상이 되는 나라들의 원청․장기근속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현재 우리나라 해당 노동자들이 결코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개괄적인 대안을 제출한다.

 

첫째, 정률방식의 임금인상이 아니라 정액인상 방식의 임금인상 방식을 채택한다. 그리고 사무관리직의 직급상승에 따른 급여인상이 고위직급으로 갈수록 커지는데 그 격차를 줄인다. 이렇게 되면 임금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초임을 인상한다. 신입사원 시기를 제외하면 자신의 임금이 생산성보다 낮다고 여기는 젊은 노동자들이 많다. 이런 불만과 문제점은 젊은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서 해결한다.

 

셋째,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한다. 임금피크제를 정 도입하려면 정년 이후 추가 정년 시기의 임금을 정년시기의 임금에 맞춘다.

 

넷째, 성과상여는 도입하지 않는다.

 

다섯째, 수십 수백억씩 받는 재벌사 임원의 임금을 제한하라.

 

여섯째, 비정규직의 경우 10년을 일하나 20년을 일하나 임금이 동일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문제다. 학교비정규직 등 비정규직에게 실질적인 호봉제(기본급 호봉제)를 도입하라.

 

※ 취재문의 :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 박하순 010-8206-0352

 

2014. 3. 1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