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노동자다”...122주년 노동절 맞이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트위터로 보내기페이스북으로 보내기미투데이로 보내기 “고용허가제는 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제도...개정 운동 벌여야”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나는 네팔 사람이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노동법은 좋은 줄만 알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와 정비공장에서 일한지 1년째, 한국의 노동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장, 관리자들의 욕설과 구타 위협 속에서 주말도 없이 일하며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로 부려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용허가제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노예로 만드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로 인해 우리는 사장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예가 되어버렸다. - 29일, 122주년 노동절 기념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어느 이주노동자

▲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이 동료들의 몸짓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29일 오후 1시 30분, 노동절을 이틀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이주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동절은 근로기준법상 휴일임에도 주말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노동절 휴식은 꿈같은 이야기다.

이날, 두류공원에 모인 60여명의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 노동자들은 2.28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행진했다. 이들은 대구 시민들을 상대로 이주노동자들이 처해있는 부당한 노동환경을 알려내고, 2.28공원에서 3시부터 예정된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 60여명의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두류공원에서 2.28공원까지 자전거 행진을 진행했다.

3시부터 진행된 ‘122주년 노동절 기념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는 자전거 행진단 60여명을 비롯하여 250여명의 이주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커더카 로미 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 대표는 “원래는 5월 1일이 노동절이고 휴일이지만 우리는 그날 쉬면 쫓겨난다”며 결의대회를 이틀 앞당겨 하는 이유를 밝혔다.

▲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는 이주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과 심리적으로 불안, 공포, 자기상실을 겪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또, 대구이주민선교센터의 박순종 목사는 센터에서 다룬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를 들며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박 목사는 “한 네팔 용접공은 받지 못한 한달치 월급을 사장에게 요구했다가 사장과 관리자들의 협박과 폭력에 다리가 부러졌다”며 분개했다.

이어 그는 선교센터 수련회에서 진행한 미술심리상담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극도의 억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이야기했다.

박 목사는 “자화상을 그려보라니까, 전혀 알아볼 수 없는 형체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며 “극도의 불안과 공포, 자기상실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이렇다”고 설명했다.

▲ "노예제도 고용허가제 당장 폐지하라"

▲ 2.28공원에서 122주년 노동절 맞이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1시간 30분여간 진행된 결의대회는 이주노동자들의 각 국가 국기가 인쇄된 현수막에 손도장을 찍고, 메시지를 남기는 퍼포먼스와 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각 국 언어로 번역된 인터네셔널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