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라고 한다. 근로기준법 위반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인 ‘노동자의 미래’가 최근 한 달간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접수한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무료 노동, 부당해고 등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낮을 뿐 아니라 법 위반에 대한 죄의식도 없었다고 한다. ‘노동자의 미래’는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근로계약서 서면 작성, 임금 지급 없는 연장근무·조기출근 등 무료 노동 근절, 단지 내 근로자 건강센터 설립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지당한 요구인 만큼 반드시 반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한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구로지역에는 일제시대부터 일본인 공장이 들어서고 조선인들이 노동자로 일했다. 해방 후 1960~70년대 근대화 시절에는 첫 수출산업공단으로 지정돼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이면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많은 여성들이 봉제·가발공장의 ‘여공’으로 일하며 흘린 땀과 눈물이 있었다. 노동법이 사문화돼 있던 시절이었다. 1990년대 들어 구로공단은 공장의 국외 이전이 잇따르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198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고 노조 결성과 함께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임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 뒤 1990년대 정보기술(IT) 붐을 거치면서 공단 재생의 바람을 담아 2000년에 바꾼 이름이 디지털산업단지다. 입주업체도 과거 섬유 업종 중심에서 IT와 패션, 영상, 출판 등의 업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과거 구로공단 시절과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가 된 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책임이 크다. 법을 무시하는 사용자의 행태가 근본 문제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입주업체가 아무리 영세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기준은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용자나 업체가 있다면 도태돼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사용자단체는 ‘노동자의 미래’가 제시한 3대 요구 사항의 실현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길 바란다. 서울 한복판의 산업단지에서 “노동법을 지켜라”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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