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구로IT단지, 여전히 근로기준법 위반
2012.11.30 10:50
화려한 구로IT단지, 여전히 근로기준법 위반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ㆍ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조건 개선 미흡
ㆍ근로계약서·시간외 수당 없는 곳도 많아사회
1965년 한국의 첫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서울 구로공단은 전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공돌이’ ‘공순이’로 불린 이들 구로공단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의 악조건 속에서 한국의 수출산업을 이끌었다. 구로공단은 1980년대 말 제조업 쇠퇴와 공동화 과정을 거치며 2000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꿨다. 입주 업체도 기존의 섬유·전자부품 대신 방송통신, 정보서비스, 출판, 영상, 패션으로 탈바꿈했다. 도시화로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공단거리에서는 더 이상 푸른색 작업복 차림의 공순이·공돌이는 자취를 감췄다.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구로공단의 주력 업종과 작업복은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서울남부지역 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30일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조사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발표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거나 시간외 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한 인터넷쇼핑몰 콜센터는 하루 60건 이상의 정해진 콜수를 못 채우면 채울 때까지 시간외 수당 없이 근무하게 했다. 8시간 근무에 휴게시간은 30분밖에 주지 않았다.
한 그래픽 제작 업체는 시간외 근무수당 없이 밥값과 택시비로 5000원씩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기준법은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한 금액을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 광고회사 퇴직자는 입사 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며 근무기간 내내 월급명세서도 받은 적이 없다고 상담해 왔다. 그는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퇴직금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했다.
노동자의 미래는 “근무시간 외에 청소·조회·종례를 하거나 얼렁뚱땅 30분 일찍 출근하게 해 30분 늦게 퇴근시키는 것도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한 이동통신사 기업전화 영업점에서 근무한 배모씨(57)는 기본급 120만원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회사는 8월부터 “영업을 해오라”며 기본급 60만원에 인센티브제로 근로조건을 변경했다. 그 뒤 한 달 내내 일한 배씨가 받은 월급은 60여만원이 전부였다. 배씨는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못받은 임금을 돌려받았다.
오상훈 노동자의 미래 집행위원장은 “조사결과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죄의식 자체가 없고 노동자들도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법 위반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나 지자체의 근로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관악지청 관계자는 “감독을 해도 직원수 13명의 소규모 사업장들이 많다 보니 체불임금 등이 많이 발생한다”며 “다음달 구로구청, 민주노총 등과 회의를 열어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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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근로계약서·시간외 수당 없는 곳도 많아사회
1965년 한국의 첫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서울 구로공단은 전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공돌이’ ‘공순이’로 불린 이들 구로공단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의 악조건 속에서 한국의 수출산업을 이끌었다. 구로공단은 1980년대 말 제조업 쇠퇴와 공동화 과정을 거치며 2000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꿨다. 입주 업체도 기존의 섬유·전자부품 대신 방송통신, 정보서비스, 출판, 영상, 패션으로 탈바꿈했다. 도시화로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공단거리에서는 더 이상 푸른색 작업복 차림의 공순이·공돌이는 자취를 감췄다.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구로공단의 주력 업종과 작업복은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서울남부지역 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30일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조사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발표한다.
1970년대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나란히 작업대에 앉아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위 사진). 구로공단으로 불리던 서울 구로구·금천구 공장지대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하면서 우뚝 솟은 첨단 빌딩으로 가득 차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거나 시간외 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한 인터넷쇼핑몰 콜센터는 하루 60건 이상의 정해진 콜수를 못 채우면 채울 때까지 시간외 수당 없이 근무하게 했다. 8시간 근무에 휴게시간은 30분밖에 주지 않았다.
한 그래픽 제작 업체는 시간외 근무수당 없이 밥값과 택시비로 5000원씩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기준법은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한 금액을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 광고회사 퇴직자는 입사 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며 근무기간 내내 월급명세서도 받은 적이 없다고 상담해 왔다. 그는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퇴직금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했다.
노동자의 미래는 “근무시간 외에 청소·조회·종례를 하거나 얼렁뚱땅 30분 일찍 출근하게 해 30분 늦게 퇴근시키는 것도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한 이동통신사 기업전화 영업점에서 근무한 배모씨(57)는 기본급 120만원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회사는 8월부터 “영업을 해오라”며 기본급 60만원에 인센티브제로 근로조건을 변경했다. 그 뒤 한 달 내내 일한 배씨가 받은 월급은 60여만원이 전부였다. 배씨는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못받은 임금을 돌려받았다.
오상훈 노동자의 미래 집행위원장은 “조사결과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죄의식 자체가 없고 노동자들도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법 위반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나 지자체의 근로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관악지청 관계자는 “감독을 해도 직원수 13명의 소규모 사업장들이 많다 보니 체불임금 등이 많이 발생한다”며 “다음달 구로구청, 민주노총 등과 회의를 열어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