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사는 길

2013.01.03 11:29

매일노동뉴스 조회 수:2391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사는 길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윤애림  |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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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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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애림
전국비정규직
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해고와 노조탄압에 절망한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1년 전인 2012년 1월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신승훈 조합원이 사측의 현장통제에 반발해 분신 자결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회사는 현장의 작업강도를 높이기 위한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정책을 고수해 왔고, 그 결과 노사갈등이 빈발하고 부당한 노동탄압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낡은 설비와 부족한 인력에 따른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매일노동뉴스 2012년 1월10일자 기사 참조>

현대차 노동자들은 1주 평균 46~64시간 노동으로 전체 상용노동자 평균보다 1주에 15시간이 넘는 연장근로 등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부족·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만을 현장감시팀이 일상적으로 감시·통제하는 것이 ‘강성노조’가 존재한다는 현대차의 현실이다. 97년 외환위기와 98년 정리해고를 거치면서 인원을 축소한 현대차는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필요인력이 늘어난 후에도 정규직을 충원하지 않거나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이에 따라 노동강도가 증가하고 근골격계 질환·과로사 등 직업병이 증가하고 비정규직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시급인상과 성과급 지급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 왔다. 게다가 사내하청의 증가와 공장 간 물량경쟁으로 노동자 내부의 분열과 경쟁을 부추기면서 현장통제를 강화해 왔다. 회사측은 현대차지부가 강성이고 노조 때문에 회사가 배치전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급·성과급 인상 이외에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회사가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 내 온 것이 사실이다.

2010년 현대차비정규지회의 25일간의 파업, 그리고 2012년 울산·아산·전주 비정규 3지회의 투쟁에 정규직노동자들이 연대했던 바탕에는 바로 이런 정규직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깔려 있다.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통해 필요인력을 충원하고 노동강도를 낮추자는 것, 사내하청과 정규직이 하나로 단결해 노조의 힘을 강화하고 현장권력을 회복하자는 사내하청 ‘동생’ 내지 ‘아들’들의 호소에 정규직 ‘형님’ 또는 ‘아버지’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금 현대차지부와 현대차 비정규 3지회 사이에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의 요구안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2016년까지 3천500명 단계적 신규채용안을 받을 수 있는가가 핵심쟁점이다. 비정규지회가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체 사내하청 중 일부에 대해, 그것도 단계적으로 신규채용하겠다는 것은 비정규직은 여전히 대규모로 활용하면서 그 중 일부만 회사 기준대로 선별채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필요인력의 정규직 충원이나 비정규직의 축소가 이뤄질 수 없는데다가, 신규채용을 둘러싸고 현장통제력이 지금보다 더 노조에서 회사쪽으로 기울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3월부터 실시 예정인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싸고도 중요한 쟁점이 잠복해 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는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되 생산물량은 보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줄어들지만 생산물량 보존을 전제로 인력 충원 등의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가고용 없이 노동강도만 높아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 단기적으로야 정규직의 임금손실이 없이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은 골병들면서 노동에 대한 임금은 더욱 줄어들고, 강화된 노동강도에 따라 필요인력은 더욱 줄어들어 고용불안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현대차 비정규 3지회의 요구는 ‘원칙적이고 비현실적’ 주장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현대차 전체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현장조직력을 복원하기 위한 주장으로 이해돼야 한다. 3월부터 실시될 주간연속 2교대제가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 필요한 싸움과도 내용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투쟁과 “제대로 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싸움을 통일적으로 벌여 나가는 것이야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윈-윈(win-win)하고 무너져 가는 현장권력을 복원해 가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혜와 연대의 결단을 간곡히 촉구한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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