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06 08:32 수정 : 2012.12.06 08:32
최병승 대법 사례 점검표 반영
산업 전반에 영향 미치는 셈
현대차만 “개인판결일뿐” 외면
고용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본 대법원 판결 내용을 정부의 불법파견 판단 기준에 새롭게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최씨 개인에 한정된 판결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이미 보편적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사업장의 불법파견 여부 판단을 위한 ‘근로자파견 기준 점검표’에 최씨의 대법원 판결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노동부는 파견과 도급(하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이 점검표를 사용하고 있다. 최씨의 판결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대법원은 2010년 7월과 올 2월,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한 만큼, 사내하청 노동자 최씨를 현대차의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점검표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원청이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 작업순서를 결정하는지’와 ‘작업공정 또는 컨베이어벨트에 원·하청 근로자들과 혼재해 배치돼 있는지’, ‘원청이 미리 작성해 교부한 작업지시서에 의해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지’ 등이다. 또 사내하청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이 하청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원청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한지 여부 등 10여가지가 새롭게 반영됐다. 이런 내용은 모두 최씨의 대법원 판결문에 나온 불법파견 판단 기준들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씨의 대법원 판결이 기존 정부의 근로자파견 지침과 상반된 내용이 아닌데다,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준을 밝히고 있어 점검표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은 개인에 대한 판결이라며 최씨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씨 등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이 현대차 울산공장 철탑에서 50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사가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회사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노동부의 기준대로라면 2004년에 이어 지금도 현대차 생산공정은 불법을 피해 가기 어렵다. 조속히 불법파견을 인정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