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 이주노동자, "아파도 병원 못가요"
2013.05.28 15:07
대구 성서공단 이주노동자, "아파도 병원 못가요"
(대구·경북=뉴스1) 이재춘 기자=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전기전자, 섬유, 화학 업종 등이 밀집한 대구 성서공단의 이주노동자들이 아파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의 상당수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 병원에 갈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대구 성서공단노동조합은 27일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4% 가량인 237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근로자의 42.8%가 기계, 약품, 소음, 악취나 감전·추락 위험 등으로 '일하면서 위험을 느꼈다'고 했고, 24.9%는 '다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 중 다쳤을 때 회사에서 치료비를 부담한 경우는 38%에 불과했으며, 24.1%는 개인치료, 17.7%는 상담소나 노조에서 도움을 받는 등 제대로 산재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하다 다쳤을 때 불법체류 노동자도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근로자가 63.5%에 달했다.
성서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측은 "이주노동자들이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낮고, 특히 불법체류자들이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최근 2년 이내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이주노동자가 56.6%였고, '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간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32.5%에 달했다.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로 54.7%가 '시간이 없어서', 15.1%는 '돈이 없어서', 8.1%는 '출입국 단속이 두려워서', 5.8%는 '어디 가야할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비자가 없어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단속 때문에 불안해서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한국사람과 차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지역의 등록이주노동자 수는 1만1288명이며, 미등록(불법체류)자를 합하면 2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대구 성서공단노조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고된 노동강도와 위험한 작업환경 등으로 건강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주노동자 스스로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