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 이주노동자

2013.04.30 21:38

평화뉴스 조회 수:5299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 이주노동자
아파도 일하고, 최저임금 못받고, '이직' 자유도 없는..."고용허가제 폐지, 강제추방 중단"
2013년 04월 29일 (월) 12:08:2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네팔인 미쉬누(28)씨는 10개월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8개월 동안 경산에 있는 비닐생산 공장에서 주야 2교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일하던 중 허리를 다쳐 사장에게 병원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사장은 "일은 안하고 땡땡이만 친다. 너는 아프지 않다. 병원에 가지마라"고 말했다.

아픈 허리를 잡고 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노조를 찾아갔다. 그제야 겨우 병원을 갔다. 진단서를 끊고 더 이상 여기서 일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은 사업장을 변경해 주지 않았다. 노조가 산업재해 신청을 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다른 곳으로 일터를 옮겨줬다.

▲ '고용허가제=노예제도'(2013.4.28.대구2.28기념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파도 일하라 했어요. 나보고 거짓말이랬어요. 목숨 걸고 일했는데 화만 냈어요. 회사 바꾸고 싶어도 바꿔주지 않았어요. 다른 데 못 간다 했어요. 노예 아니에요. 아프고 힘들어요. 관심 보여 주세요"

123주년 노동절을 앞두고 대구경북지역 이주노동자들이 처우개선과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1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28일 대구2.28기념공원에서 '2013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사람으로, 노동자로 누려야 할 권리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며 "가장 낮은 곳에서 착취 받는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우리의 권리도 보장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방글라데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각국 언어로 인터네셔널가를 합창하기도 했다. 또, 일터에서 겪은 부당한 사례를 서툰 한국말과 모국어를 섞어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고, 풍선에 불만사항을 담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결의대회 전에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2.28기념공원까지 행진을 하기도 했다.

▲ '2013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이주노동자 결의대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들은 사업주 동의 없이 3년 동안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없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대해서는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된 노동절(5.1) 근무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반강제적으로 출근해 반쪽짜리 휴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들은 ▶고용허가제 폐지 ▶최저임금 보장 ▶강제추방 중단 ▶노동절 유급휴일 보장을 촉구하며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7년 전 한국으로 온 중국인 이주노동자 탕추이홍(45)씨는 "미용실에서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4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국인과 같은 일을 해도 훨씬 적은 돈을 받았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말을 잘 못해 그냥 일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과 같은 임금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8년 전 네팔에서 온 로미(39)씨는 "가족을 위해 돈 벌려고 한국으로 왔다. 잘 살고 싶을 뿐이다. 불법으로 있고 싶지 않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고 했다. 또, "노동자로서 권리도 보장받고 싶다"며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를 사람답게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 (왼쪽부터)박순종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목사, 아요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순종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목사는 "비자가 있어도 노예생활을 하고 비자가 없으면 강제추방에 무서워하며 마음조려야 한다. 희망을 갖고 인간답게 살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 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해도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 미등록 양산 제도를 만들고 마구잡이로 단속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사장의 폭력과 폭언이 난무해도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우리가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 한마디에 불안에 떨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붙잡고 불평등한 시대를 끊도록 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 반월당 적십자병원 앞에서 열리는 '대구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 풍선을 터뜨리는 이주노동자와 시민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 온종일 잔업해도 한달 150만원? “성서공단노동자 권리 찾자” 성서노동자권리찾기 2013.04.05 2239
135 [전국순회투쟁_2월3일] 노동자의 단결의 정신을 느끼다! file 희망텐트 노동자참가단 2012.02.04 2261
134 ㅁㅁ 성서공단노조 2012.01.26 2262
133 26-27! 현대차울산공장 2차 포위의 날(박현제 지회장 호소문) 울산포위의날 2012.10.22 2264
132 “둘 중 하나뿐인 강요된 선택, ‘다른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노동자대통령 후보 김소연 경향신문 2012.11.29 2285
131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선거투쟁본부 뉴스레터 3호(12.03) 노동자대통령 선투본 2012.12.04 2296
130 세상을 뒤엎는 노동자대통령 대구지역 선거투쟁본부 소식지 3호 file 대구 선투본 2012.12.18 2314
129 쌍용차 4차 범국민대회 1500명 운집...“국정조사 실시하라” 뉴스민 2012.11.26 2335
128 세상을 뒤엎는 노동자대통령 대구지역 선거투쟁본부 소식지 4호 file 대구 선투본 2012.12.18 2347
127 [연속기고-중소·영세노동자조직화 방안 2]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로 산다는 것 매일노동뉴스 2013.04.10 2349
126 김진숙 “노동자 자살은 사회적 타살” 한겨레 2012.12.24 2353
125 158억 손해배상, 노조탄압 압박감... 한진중공업 노동자 목숨 끊어 뉴스민 2012.12.22 2363
124 2012년 3월 8일 일제고사반대 1인시위-성서공대위 file 성서공대위 2012.03.08 2368
123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로 산다는 것 참세상 2013.04.12 2372
122 이번 노동절엔 중소영세 노동자도 쉬어보자 참세상 2013.04.13 2373
121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를 꿈꾸는 토크콘서트 열려 비정규직철폐 2012.11.18 2379
120 11월 24일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한 4차 범국민대회 "싸우는 자들이 희망이다!" 쌍차범대위 2012.11.18 2387
119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사는 길 매일노동뉴스 2013.01.03 2390
118 생활임금쟁취! 비정규직철폐!대행진 3일차 활동보고 file 민주대구 2012.06.04 2395
117 [연속기고-중소·영세노동자 조직화 방안 4]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는 노조를 원한다 매일노동뉴스 2013.04.12 2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