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자 양산, 폐지하라
2013.04.30 21:26
123주년 노동절을 사흘 앞둔 4월28일 오후 대구경북지역 이주노동자들이 대구시내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처우개선과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네팔,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중국, 스리랑카 등지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일하는 이주노동자 15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2·28운동기념공원에서 △노동3권 보장 △단속추방 중단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비자 발급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가졌다.
임복남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미국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며 만든 노동절이 123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물론,
5월1일 노동절 하루 유급휴가를 달라면 곧장 ‘너희 나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답이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임복남 위원장은 “시행 9년째를 앞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는 노예제도와 다를 것이 없다”며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오늘 우리는 이렇게 모였다”고 밝혔다.
▲각국에서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각자의 언어로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하고 있다. |
이 자리에서 각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한국의 고용주로부터 받은 차별과,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 제도로
인해 겪은 피해를 서툰 한국어와 모국어를 섞어가며 풀어냈다.
“주야 2교대로 비닐 생산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고, 사장에게 ‘너무 아파 일할 수
없으니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장은 ‘너는 만날 일은 안 하고 땡땡이나 피운다’면서 병원에 데려가 주지 않았습니다. 허리가
아픈 채로 8개월 동안 일했어요. 결국 성서공단노동조합에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병원으로 가 진단서를 끊어왔지만 그래도 사장은 믿지 않았고,
사업장 변경도 해주지 않았어요. 성서공단노조가 산재보험 처리를 하겠다고 사장을 압박한 뒤에야 사업장을 옮길 수 있었어요.” (비쉬누,
네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심합니다. 예전에는 단속하는 사람들이 사장에게 미리 단속을 통보했지만,
요즘에는 바로 단속이 들어옵니다. 밤에는 단속 안하기로 약속했고, 대형할인마트 앞에서 단속 안하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아요. 회사에 미리
통보하고 사장이 들어오지 말라고 말하면 단속하지 않기로 해놓고 약속 지키지 않아요. 한밤중에 단속해 이주노동자들 몇 명이 다치고 죽기도 했어요.
저도 항상 단속을 당할까봐 무서워요. 길을 걷다가도,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도 잡혀갈 수 있어요.” (후세인, 파키스탄)
한편, 고용허가제(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는 2003년 8월 제정 및 공포됐고 이듬해부터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이탈을 막고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 법을 도입했다. 기존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지만,
국내 인력송출회사가 노동자들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고, 이주노동자들이 더 나은 사업장을 찾아 도주하는 등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고용허가가 만료돼 불법체류자의 처지에 놓이는 이주노동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입국자 가운데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 체류기간 만기를 맞은 4만2천여 명 중 37.3%인 1만5천여 명이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출국을 꺼리는 이유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거세게 저항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