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지같은’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기획연재] 성서공단,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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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 sungseo@jinbo.net

[편집자 주] 저임금 장시간노동의 대명사인 성서공단. 성서공단노조, 성서공대위는 10년이 넘게 성서공단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과 함께 ‘성서공단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이 발족했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과 노동, 그리고 애환과 희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성서공단,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격주 수요일마다 <뉴스민>에 약 20회 연재한다.

냉면 7,000원, 비빔밥 6,803원, 김치찌개 백반 5,500원, 삼계탕 11,833원, 칼국수 5,333원, 김밥 2,950원, 짜장면 4,000원.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3년 외식비 평균 가격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4,860원이다. 한 시간 일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김밥과 짜장면뿐. 김밥도 두 줄은 어림없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짜장면만 먹거나,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을 기대할 수밖에.

성서공단에서는 2009년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변화를 위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는 생활임금 쟁취에 큰 비중을 두었다. 가진 자들이 짜고 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더 기댈 게 없어졌기 때문이다.

성서공단은 올해도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해 어김없이 성서공단역 대구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다. ‘성서지역노동자․주민기본권보장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성서공대위)’는 대구 성서지역의 노동, 교육, 사회단체가 모여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매년 봄, 가을 짧은 점심시간에 성서공단을 찾아가 펼치는 거리공연 ‘밥 한술 뜨고 노래 한 자락 듣고’, 한여름 와룡공원에서는 수요공연과 노동, 건강 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펼친 천막농성은 성서공단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사회 전반에 반향을 일으켰다.

대구는 전국 광역시도 노동자 평균임금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있다. 또, 성서공단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대구지역 노동자 평균임금에도 미달한다. 2012년 성서공단 저임금 실태조사를 보면 여성노동자 평균시급은 최저임금인 4,580원보다 낮은 4,559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2년 최저임금 요구액은 6,920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고작 280원 인상된 4,860원으로 2013년 최저임금이 결정됐을 때 노동자의 분노어린 반응은 뜨거웠다. “그지같은 최저임금 반대합니다”라는 단호하고 명쾌한 그 말이 기억난다.

2013년 봄, ‘성서공단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추)’는 공단지역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6,590원을 2013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겁박에 움츠렸는지 작년보다 요구액이 330원이 낮아지긴 했지만, 노동자의 목소리와 최저임금은 아직도 거리가 멀다. 2013년 2월 발표된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6,219원임을 보면 성서공단 노동자의 요구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요구임을 알 수 있다.

요구액과 결정액의 틈은 왜 발생할까? 이는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묻지도 않았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결정권을 위임하지도 않았지만, 최저임금 위원들은 대표 선수로 들어가 결정했다. 또한, 제도를 개선해 공익위원이 잘 선임되고,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차츰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그지같은’ 시혜의 대상이며, 왜 나의 노동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 50%여야 하는지 묻는다면 답해줄 노측, 사측, 공익위원이 있습니까!

성서공단 노동자들은 저임금 탓에 연장노동, 주야 맞교대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누구네처럼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잔업을 스스로 찾아 빼이칠 수밖에 없다. 또, 최저임금제가 정착되면서 법이 정한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되는 꼴이 돼 버렸다. 최저임금=최고임금이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8시간만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데 있다.


11일 파업을 끝낸 경산지역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싸움에서 알 수 있듯, 저임금 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요구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더는 이대로 먹고살 수 없다는 아래로부터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그지같은 시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스스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주인으로 나아갈 때, 모든 노동자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생활임금을 향한 요구는 배제된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며, 평등한 노동을 앞당기는 운동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결정 시기는 다가오고, 야근하는 노동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공단의 밤은 깊어간다. 그러나 그 밤은 시나브로 새벽을 불러오고 있다.

박기홍(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 sungse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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