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이주노동자 "폭행에 혈변...일 못하겠어요."

2013.04.30 21:37

평화뉴스 조회 수:6127

칠곡군 이주노동자 "폭행에 혈변...일 못하겠어요"
노조 "고용주 처벌, 고용허가 취소" / 사장 "사실무근" / 노동청 "시정조치, 조사 중"
newsdaybox_top.gif 2013년 04월 30일 (화) 19:48:20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btn_sendmail.gifpnnews@pn.or.kr newsdaybox_dn.gif

경북 칠곡군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에게 폭행을 당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질환을 앓게 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이 업체에 대해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취소"와 "고용주 처벌"을 촉구한 반면 고용주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달서리에 있는 D케미칼은 흑연(탄소)을 이용해 플라스틱 수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지난해 5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4명을 고용했다. 이 가운데, 이슬람(가명.26)씨는 지난 2월 "혈변과 흑연가루에 의한 피부질환"을 호소하며 '김해이주노동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지난달 D케미칼 대표에게 이슬람씨에 대한 "치료"와 "사업장 이동"을 요구했다.

11884_19351_5332.jpg
▲ 흑연 먼지로 까맣게 변한 이슬람씨의 모습(2013.4.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D케미칼 대표 이모씨는 이주연대회의 전화에 "꾀병"이라며 이슬람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후, 이슬람씨는 "노조에 전화 했다는 이유로 부장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앞서 1월에도 물량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다며 뺨을 맞고 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발했다. 이주연대회의는 이달 6일 이슬람씨를 긴급피난 시키고 8일 대구서부고용센터에 D케미칼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특히, 이슬람씨는 10일 진술서를 통해 "쉬는 날 일해도 특근수당 주지 않아요. 조금 잘못해도 때려요. 환경 더러워요. 검은 먼지 때문에 가슴 아프고 온몸 가려워요. 오줌 눌 때 빨간색으로 나와요. 사장님 술 많이 먹으면 된다 해요. 더 이상 일 못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연대회의는 ▶폭행 ▶체불임금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집진기(미세먼지 제거기계) 미설치 등에 대한 감독을 촉구했다.

11884_19352_5339.jpg
▲ 'D케미칼'...흑연 먼지로 낮에도 어두운 공장 내부(2013.4.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1884_19353_541.jpg
▲ 흑연으로 까맣게 오염된 'D케미칼' 공장 땅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서부고용센터와 고용노동부대구서부지청은 12일 D케미칼에 대한 현장방문을 실시하고 18일에는 D케미칼 대표 이모씨를 조사했다. 그 결과, 22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시정조치(14건)를 내리고 22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체불임금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폭행' 혐의와 '고용허가 취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이주연대회'는 30일 대구서부고용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습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악덕 사업주에 대해 이주노동자 고용허가를 취소하고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시커먼 흑연범벅 얼굴을 드러내 고용허가제가 얼마나 야만적인 제도인지 알게 해준 이슬람씨의 용기는 이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며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아무 관심도 없는 고용센터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11884_19354_5419.jpg
▲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취소촉구 및 처벌을 위한 긴급기자회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선진 제도라고 얘기하지만 여전히 노예노동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며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사업장에서 고통 받으며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절망으로 몰아넣지 말라.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장은 "무관심 속에 이주노동자들은 오늘도 검은 가루를 뒤집어쓰고 맞아가며 일하고 있다. 이런 사업장은 다시 이주노동자를 고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순종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목사는 "왜 노예처럼 일 해야 하는가.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주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위원장은 "제대로 된 곳에서 일 하는지 아닌지 감독이 안되고 있다. 고용센터는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884_19355_5426.jpg
▲ (왼쪽부터)김용철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장, 박순종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목사,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D케미칼 대표 이모씨는 "영세사업장이다 보니 규칙을 지키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인정한다. 이미 집진기는 설치했고 방진복, 방진마스크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폭행한 적은 없다"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때리나.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겠냐. 피차 스트레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을 뽑고 싶어도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이주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다.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박필환 서부고용센터 팀장은 "여러 가지 위반 사항이 적발돼 시정조치를 내렸다. 손 놓고 있지 않다.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허가 취소에 대해서는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 입장을 다 들어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한 번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 8주기에 즈음하여 -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성서공단노조 2015.02.11 5320
135 철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철도공사의 강제전출 즉각 중단하라! 성서공단노조 2014.04.04 9301
134 2013 대학생 노동해방선봉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학생변혁모임 2013.07.05 17128
133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법률교실 file 대구본부 2013.07.04 16408
132 뉴스민 기획연재(2) 당신의 건강은 과연 안녕하십니까? 성서공단노조 2013.06.28 24386
131 [뉴스민-기획연재1.성서공단,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그지같은'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성서공단노조 2013.06.14 23834
130 [뉴스민-펌]성서공단노동자, 생활임금쟁취 위한 천막농성돌입 성서공단노조 2013.06.14 15152
129 사회공공성강화! 생활임금쟁취!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쟁취! 2013 거리농성 file 민주대구 2013.06.04 15146
128 "연장근무수당 빼면 나도 최저임금 노동자다" 미디어충청 2013.06.01 15967
127 이주노동자 건강 사각지대에 놓였다. 한겨레신문 2013.05.28 13912
126 의료서비스도 이주노동자 외면, 건강보험 가입률 48% 뉴스민 2013.05.28 11913
125 대구 성서공단 이주노동자, "아파도 병원 못가요" 뉴스1 2013.05.28 11498
124 이현중 이해남 열사가 산화해가신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file 이현중이해남열사회 2013.05.27 20659
123 이주노동자가 먼저 연 노동절 "노예 아닌 노동자" 뉴스민 2013.04.30 5411
122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 이주노동자 평화뉴스 2013.04.30 5268
» 칠곡군 이주노동자 "폭행에 혈변...일 못하겠어요." 평화뉴스 2013.04.30 6127
120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영남일보 2013.04.30 6027
119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자 양산, 폐지하라 티엔티뉴스 2013.04.30 4716
118 혈변, 피부질환에 폭행까지...이주노동자 옥죄는 고용허가제 뉴스민 2013.04.30 4708
117 실인기업, 삼성 2년 연속 '특별상'…노동계 "기업살인법 제정" 촉구 프레시안 2013.04.26 7536